예수가 땅에서 사는 동안에 일어났던 일들 중에서 어떤 경우도, 이 예루살렘 첫 방문만큼 그를 사로잡고 감동스럽게 한 것은 없었다. 그는 특히 자신이 직접 성전에서의 토론에 참여 할 수 있었던 체험 때문에 매우 흥분되어 있었으며, 이 기억은 그 이후 오랫동안 후반기 소년 시절과 청소년기에 있어서의 큰 사건으로 그의 가슴속에 간직되었다. 이 때 그는 처음으로 며칠 동안 독립적인 생활을 맛볼 수 있는 기회, 어떠한 제재나 제약도 받지 않고 자유로이 드나드는 유쾌한 체험을 하였다. 짧은 기간이기는 하였지만, 그는 유월절 이후 1주일 동안 모든 의무에서 완벽하게 해방된 자유로운 생활을 처음으로 가졌던 것이다. 그 후로, 짧게나마 그가 모든 책임감에서 벗어나 이와 비슷한 자유를 다시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여러 해가 지난 후였다.
여인들은 예루살렘의 유월절 축제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는데; 그들에게는 그 축제에 참여하는 것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예수는 어머니가 함께 가지 않으면 자기도 가지 않겠다고 실질적으로 거절하였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가 동행하기로 결심하자, 여러 명의 다른 나사렛 여인들도 함께 따라 나섰으며, 따라서 지금까지 나사렛에서 유월절에 올라갔던 무리들 중에서 남자와 여자의 비례로 볼 때 여인들의 비율이 이번 유월절처럼 높았던 적이 없었다. 예루살렘으로 가는 도중에 그들은 때때로 시편 130편을 노래하며 갔다.
그들이 나사렛을 떠날 때부터 올리브 산 정상에 도착할 때까지, 예수는 굉장한 기대로 줄곧 긴장되는 체험을 하였다. 즐거웠던 어린 시절 동안 내내, 그는 예루살렘과 그 성전들에 관한 이야기를 존경이 담긴 가슴으로 들어 왔었는데; 이제는 곧 그것들을 실체 안에서 보게 되었던 것이다. 그가 올리브 산으로부터 그리고 성전 밖으로부터 그것을 점점 더 가까이에서 바라보게 되었을 때, 그 성전은 예수가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지만; 그러나 신성시되는 입구를 통하여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그에게는 커다란 혐오감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자기 부모와 함께 성전의 경내를 지나간 예수는 혼자 떨어져서, 이제 곧 이스라엘의 시민으로 헌납될 새로운 율법의 아들들의 집단과 합류하였다. 그는 성전에 들어온 군중들의 일반적인 태도에 약간 실망을 하였지만, 그 날 그가 받은 첫 번째 큰 충격은 어머니가 일행을 떠나 여인들의 처소로 갔을 때였다. 그는 어머니가 자신의 헌납 예식에 함께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이 결코 생각에 떠오른 적이 없었으며, 게다가 어머니가 그러한 불공평한 차별로 인하여 고통을 받아야만 한다는 사실에 대해 크게 분개하였다. 그는 이 일로 몹시 화가 나 있었지만, 아버지에게 몇 마디의 불만을 표시하는 이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이 문제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였으며, 1주일 후에 행사가 끝났을 때 서기관들과 선생들에게 이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되었다.
그는 헌납 예식들의 과정을 잘 견디어 냈지만, 그것들의 형식적이고 틀에 박힌 특성에 대하여 실망하였다. 그는 나사렛에 있는 회당에서의 예식의 특징인 개인적 관계가 몹시 생각났다. 그러고 나서 그는 어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아버지와 함께 성전과 그 안에 있는 다양한 뜰들과 방들 그리고 복도들을 처음으로 돌아보았다. 성전의 경내는 한번에 20만 명 정도의 경배자들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넓었으며, 이 건물들의 광대함─그가 전에 보았던 모든 건물과 비교해 볼 때─은 그의 마음에 큰 감명을 주었지만, 그는 성전의 예식들과 거기에 연관된 경배의 영적 의의(意義)에 대해 깊은 사색하는 일에 더욱 열중하였다.
성전의 의식들 대부분이 그의 심미적이고 상징적인 감각에 매우 감동적인 인상을 주기는 하였지만, 그가 날카롭게 던지는 여러 가지 질문들에 대하여 대답하기 위해 그의 부모가 제시하고자 하였던, 이러한 의식들의 실제적인 의미에 대한 설명에 그는 늘 실망하였다. 예수는 진노의 하느님 또는 전능자의 노여움에 대한 믿음이 내포된 이러한 경배와 종교적인 헌신에 대한 설명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성전 방문이 끝난 후 이 문제에 대해 계속 토론하는 중에, 예수의 아버지가 그에게 유대인의 전통적인 믿음을 받아들이라고 완곡하게 타일렀을 때, 예수는 갑자기 자기 부모들에게 돌아서서 호소하는 듯이 아버지의 눈을 쳐다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 그럴 수는 없습니다.─이 세상에서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자녀들에게,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그렇게 대하실 수는 없습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자기 자녀들을 사랑하시는 것보다, 아버지가 저를 더 사랑하실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어쩌다 어리석은 일을 한다 할지라도 아버지가 저에게 분노하시거나 화를 내시지 않는다는 것을 저는 잘 압니다. 나의 육신의 아버지도 그렇게 신성한 것에 대한 인간 반영을 가지고 있는데, 하물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는 얼마나 더 선하시며 자비가 흘러넘치시겠습니까? 나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이 세상의 아버지보다 나를 덜 사랑한다는 것을 믿을 수 없습니다.”
요셉과 마리아는 자기 맏아들의 이와 같은 이야기를 듣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후로는 그들이 하느님의 사랑과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자비로우심에 관한 그의 마음을 바꾸어 보려고 다시 시도하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